김밥을 좀다르게!

도시락

오늘 아침도 새벽같이 눈을 떴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직 해도 덜 떠올랐더라고요.
그렇게 조용한 부엌에서, 하나뿐인 딸내미 도시락 준비를 시작했지요.

오늘 메뉴는 특별히 제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중심으로 준비해봤습니다.
혹시나 딸도 나처럼 고소한 들기름 냄새에 기분이 좋아질까 싶어서요.

김밥은 조금 다르게 말았습니다.

참치에 양파 볶아 넣고, 부드럽게 삶은 양배추를 감쌌어요.
잡곡밥에 들기름과 간장을 살짝 섞어서 밥알 하나하나 고소함이 살아 있지요.
양배추가 속재료를 포근히 감싸고 있어서, 씹을 때마다 식감이 재밌을 거예요.
김밥 하나에도 ‘오늘 하루 힘내라’는 아빠 마음이 듬뿍 들어갔습니다.

반찬통에는 새콤달콤한 복숭아와, 노른자가 촉촉한 반숙 달걀.

달걀은 소금간 하나 없이 삶았지만, 노른자에서 은근한 단맛이 올라오더라고요.
복숭아는 잘 익은 걸로 골라서 넣었는데, 입 안에서 퍼지는 향기까지 챙기고 싶었어요.

작은 유리통에 따로 담은 건 양배추찜.

따뜻할 땐 참 좋은데, 식으면 또 식은 대로 맛있지요.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 새콤한 케찹 조금 찍어 먹으면 별미입니다잉.


"아빠, 요즘 왜 이렇게 부지런해졌어?"
딸아이가 웃으며 물었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그 웃음 한 번 보려고, 이 아버지는 매일 도시락을 싼답니다.

오늘도 딸아이가 점심시간에 도시락 뚜껑을 열고,
잠시라도 미소 지었으면 좋겠네요.
힘들고 바쁜 하루지만, 이 작은 도시락이 따뜻한 쉼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내일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싸봐야지.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