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죽 도시락

소고기죽 한 그릇에 담은 아침 마음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간이라.
알람 소리보다 먼저 눈이 떠져부렀다. 예전엔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더니만, 이젠 딸 도시락 싸는 게 하루의 시작이 돼불었네.

“아부지, 오늘은 속이 좀 더부룩해.” 어제 저녁에 딸이 툭 던지듯 말한 게 밤새 마음에 걸려서 말이여. 그래, 그라믄 오늘은 죽이제.

냄비에 불 올리고, 소고기 잘게 썰어 참기름에 살짝 볶아불고, 버섯이랑 잡곡밥 한 숟갈 넣어서 물 자작하게 부어 천천히 끓여냈다. 급할 것 없는 아침이라, 죽이 퍼질수록 마음도 같이 풀어지는 기분이 들더라.

“이거 먹고 점심에라도 좀 편안허게 웃어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간은 세지 않게, 아주 담백허게 맞췄다. 회사서 일하다가도 속은 편해야 쓰겄제.

옆에는 김치 조금. 입맛 없을 때 괜히 그리운 게 또 그 맛 아니겄냐. 방울토마토 몇 알이랑, 달큰한 밤도 몇 개 챙겨 넣었다. 죽만 먹기 심심헐까 봐서.

도시락 통 닫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어릴 적엔 내가 해준 밥을 당연하게 먹더니, 이젠 이 도시락 하나에도 고맙다고 문자를 보낸다. 사람 참, 시간 지나면 다 바뀌는갑다.

바쁜 하루 중에 점심시간 잠깐, 이 소고기죽 한 숟갈 뜨면서 “아, 우리 아부지가 싸준 거지.” 그렇게 한 번이라도 미소 지어준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허다.

내일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싸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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