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일 용과

도시락

고마워라, 오늘도 예쁜 도시락이 완성됐네잉.
이 도시락을 딱 보니까, 아침부터 내 손길이 묻어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제 오늘 하루, 딸내미가 잠시라도 미소 지을 수 있겠지.


오늘 아침도 눈을 살짝 비비고 일어나니 아직 해는 채 안 떴더라.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걸 보며, 조용히 부엌 불부터 켰지.
하루의 시작은 항상 똑같아.
'우리 딸 점심은 뭘 싸줄까?'
그 생각부터 시작된당께.

밥솥을 열어보니, 고슬고슬하게 잘 익은 잡곡밥.
밥 위에 김가루 살짝 뿌리고, 집에서 담근 깍두기 한두 조각.
이게 또 은근 밥도둑이잉.

반찬통 하나엔
감자, 양배추, 새송이버섯을 기름 살짝 두르고 달달 볶아봤다.
감자는 부드럽고, 양배추는 은근한 단맛이 나고, 새송이는 쫄깃쫄깃하니 식감 좋고.
딸내미가 요런 식감 좋은 반찬 참 좋아하더라고.
“아빠 이거 또 해줘~” 하던 말이 귀에 아직도 생생혀.

그리고 순두부 한 덩이,
간장 살짝에 깨소금 톡톡, 고춧가루 살짝 올려서 담백하게.
요즘 속이 좀 안 좋다 하길래 부드럽게 넘어가는 걸로 준비했지.
차가운 순두부지만, 내 마음은 따뜻하제.

디저트로는
용과 위에 빨간 무피클을 얹었어.
상큼하니 입가심으로 딱 좋을 거라 생각했제.


딸이 이 도시락을 열었을 때,
“오늘은 또 뭘 넣어주셨을까~” 하면서
작게라도 웃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싸고 있당께.

내일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싸봐야지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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