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초밥

점심
점심
아빠의 도시락 일기 - 가을 문턱에서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딸아이 도시락을 싸며

아침 공기가 달라졌어라.
창문을 여는 순간, 스치는 바람 끝에 가을 향이 살짝 묻어 있었지.
"이제 곧 아침저녁으론 쌀쌀해지겠구먼..." 중얼거리며, 주방 불을 켰다.

오늘 딸내미 도시락은 유부초밥이여.
흑미랑 현미를 살짝 섞어 찰지게 지은 밥에 깨소금 톡톡,
입 안 가득 고소함 퍼지게 만든 후 달큰한 유부에 정성스레 한 숟갈씩 눌러 담았지.
입 한가득도 아니고, 딱 한입에 쏙 들어가게끔 작게 만들어놨다.

점심시간 짧다고 늘 말하던 딸내미 생각하면서 말이제.
"아빠, 요즘 점심시간엔 숨 쉴 틈도 없어."
그 한마디에… 나는 도시락통을 더 조심스럽게 채워넣게 돼.

반찬은 마늘대장아찌.
우리 집에서 직접 담근 거로, 알싸하면서도 짜지 않고 감칠맛 나는 게
유부초밥하고 은근 잘 어울린당께.
그리고 김치 한 점,
한 입 가득 밥 먹고, 마지막엔 입가심처럼 살짝 얹어먹기 좋지.

후식으론 복숭아 몇 조각.
달콤한 과즙이 바쁜 하루 중 작은 쉼표가 되었음 해서 넣어봤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오이물도 챙겨줬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이 땀 식혀주기도 좋고,
무겁게 내려앉은 마음도 살짝 가라앉혀줄 수 있으니께.

"아빠, 오늘도 진짜 잘 먹었어. 마늘장아찌도 맛있더라~"
퇴근 후, 밝은 얼굴로 돌아온 딸아이의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이 먼저 포근해졌다.

그래.
딸이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이 아빤 매일 새벽 기꺼이 일어날 수 있지.

내일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싸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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