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도시락 이야기

[아버지의 점심 도시락 일기 – 김치볶음밥에 담은 마음]
새벽 공기는 아직도 한기가 남아있다. 이불 속 딸애 얼굴은 천사처럼 고요한디, 아빠는 벌써 부엌에 불을 켜부렀다.
오늘은 뭔가 든든하고 맛깔난 걸 싸주고 싶었는디, 냉장고 문 열어보니
며칠 전에 담가놓은 묵은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김치볶음밥 해불까잉?”
돼지고기랑 묵은지 송송 썰어서 참기름에 달달 볶아낸 밥.
딸애가 좋아하는 약간 눌은 밥도 일부러 팬에 지지듯 볶았당께.
그 밥 위로 살짝 탄 듯한 김치 조각이 딱 올라가는 게…
아빠 맘도 그 위에 얹힌 듯하더라.
반찬은 간단허이.
배추 속 무침 한젓가락 넣고,
아침에 만든 알배추 전 데워서 도시락통에 곱게 담았지.
디저트는 시원한 복숭아 몇 조각.
그리고 딸애가 요즘 좋아한다는 오이 에이드도 하나 챙겨 넣었제.
도시락 통에 담으며 혼잣말을 했다.
“우리 딸 점심 먹고 힘 좀 났으면 좋겠당께.”
딸애는 바쁘고 정신없는 직장 생활 속에서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기를,
이 밥 한 숟가락에 힘이 나기를 바란다.
오늘 도시락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밥이 따뜻하니 마음도 따뜻해지겠지.’
내일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싸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