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싼 도시락통

처음 사용하는 도시락통에 담은 따뜻한 한 끼
아이고, 오늘은 딸내미가 오빠한테 도시락통 선물 받았당께?
까만 바탕에 꽃무늬가 곱디곱은 게, 참 정이 담긴 도시락이더라.
그 도시락통에다가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밥을 곱게 담아봤어.
첫 사용이라 그런지 괜히 더 신경이 쓰이더라고.
오늘의 메뉴는 소고기볶음과 복숭아
소고기는 기름기 쫙 빼고, 달큰한 양파랑 함께 볶았제.
간은 심심허게 간장 살짝, 마늘 조금.
딸이 요즘 소화도 걱정된다 하길래, 부드럽게 익혀서 넣어줬어.
입안에서 고기가 사르르 녹으면, 피곤했던 하루도 조금은 풀릴 거 같당께.
밥은 윤기 나는 고슬고슬한 쌀밥으로.
밥 옆에 묵은지 한 젓가락 올려놨지. 김치 없이는 밥 못 먹는다 했던 딸 말이 생각나더라고.
디저트로는 잘 익은 복숭아를 곱게 깎아 담았어.
한입 베어물면 과즙이 촉촉하게 퍼지면서,
"아빠, 이거 너무 달아!" 하고 문자라도 올 거 같은디~
상큼한 과일 한 점이, 너 점심시간을 조금 더 기분 좋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겄다.
새 도시락통에, 정성스레 담은 첫 도시락.
이 도시락 여는 순간, 오빠의 따뜻한 마음도, 아빠의 사랑도 함께 느껴졌음 좋겠당께.
내일도 사랑 듬뿍 담아 싸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