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김밥에 담긴 아버지 마음
아침 공기는 제법 싸늘했당께.
창문 살짝 열고 마당 구석에 쌓인 낙엽을 보고 있으니,
딸내미 출근 시간이 가까워오는 게 느껴지더라.
부엌 불 켜고 앞치마 두르고, 오늘도 천천히 도시락을 준비했지.
오늘 도시락은 소박한 김밥이여.
시금치, 계란지단, 우엉, 어묵, 맛살, 단무지까지 하나하나 정성껏 넣었당께.
당근 대신 단무지를 조금 넉넉히 넣었더니 단맛이 살아나더라고.
딸이 “아빠 김밥은 간도 딱 좋아~” 하던 말이 귓가에 남아있어서,
오늘도 그 말 들을라꼬 정성껏 말아봤제.
된장국은 꼭 챙겨야제.
두부랑 대파만 넣고 조용히 끓였어라.
그릇에 담고 나니 구수한 냄새가 솔솔 올라와서
내가 다 한 숟갈 떠먹고 싶은 걸 꾹 참았당께.
“아빠, 국물 없으면 도시락 느낌이 안 나~” 하던 딸 말에 또 마음이 스르르 풀어져부러.
오늘 후식은 사과.
전날 밤에 사온 부사 한 개, 껍질 벗겨서 먹기 좋게 썰어놨지.
씹을수록 달큰한 그 맛에 피곤함도 살짝은 녹았으면 좋겠당게로.
상큼한 사과 한 조각 입에 넣고,
“에고, 아빠가 또 잘 챙겨줬네잉~” 하고 혼잣말이라도 해주믄 그걸로 됐지 뭐.
김치도 한쪽에 살짝 챙겨넣었제.
익은 걸로다가. 김밥엔 묵은지 맛이 딱이제잉.
도시락 뚜껑 닫고 나니 괜히 마음이 따뜻허더라.
요 작은 통 안에 내 사랑을 꾹꾹 눌러 담은 것 같아서 말이여.
딸이 점심시간에 이 도시락 열고 웃었을까?
그런 상상만 해도, 오늘 하루가 푸근허니 좋다.
내일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싸봐야지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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