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배추 구이 쌈 도시락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어스름한 새벽에 눈을 떴다. 부스스한 머리로 부엌 불을 켜고, 제일 먼저 냄비에 찬물부터 올렸다. 따뜻한 밥 한술에 힘을 내야 하루를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잡곡밥을 지어봤다. 자잘한 보리랑, 흑미 몇 알, 귀리 조금 섞어 푹 고슬고슬하게.
오늘 도시락의 주인공은 '월동배추 구이 쌈'이다. 날이 추우면 더 달큰해지는 겨울배추를 살짝 데쳐서,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한 점이랑 돌돌 말아 이쑤시개로 콕 찔러 고정했다. 이걸 싸면서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이거 참말로 맛있겠구만잉... 우리 딸내미 점심시간에 눈이 확 떠지겠당께.”
옆엔 직접 만든 양념간장이 빠질 수 없지. 겨자에 물 조금, 간장, 참깨가루 팍팍 넣어서 조물조물 섞어 그윽하게 담았다. 새콤한 맛도 있어야 하니, 직접 담근 오이랑 청양고추 피클도 한 켠에 담았고.
디저트로는 아삭한 사과를 썰어 넣었다. 딸애가 단 거 좋아하긴 헌디, 회사에서 피곤하니가 설탕 대신 과일로 넣어줬다. 요것도 챙겨주는 게 아빠 마음이쥬.
“배추에 고기 싸먹는 재미가 쏠쏠허니께, 시간 날 때 하나씩 꺼내 묵어보랑게잉. 양념간장 너무 많이 묻히면 입술 매울 수 있응게 조심하고잉.”
그렇게 포장까지 다 끝내놓고 나니, 딸애가 나올 시간이다. 출근길에 무거운 도시락 들고가는 뒷모습 보며, 가슴 한켠이 찡하다. 이 작은 도시락이 너의 하루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내일은 또 무슨 반찬을 해줄까. 괜히 시장 한 바퀴 돌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일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싸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