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싸주는 점심 도시락
오늘은 조금 삼삼하게, 아빠의 마음을 담아
어젯밤 딸아이에게 도시락 주문이 들어왔다.
“아빠, 내일 도시락은 좀 삼삼하게 싸줘. 요즘 위가 안 좋아서 매운 음식을 못 먹겠어.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도 힘들어.”
평소에는 별말 없이 잘 먹던 아이인데, 요즘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위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자극적인 양념을 빼고 최대한 담백하게 도시락을 준비했다.
오늘의 도시락 메뉴는 양배추말이와 치즈 달걀말이, 그리고 후식으로 사과를 준비했다.
먼저 양배추를 살짝 익혀 부드럽게 만들고, 그 안에 잡곡밥을 넣어 돌돌 말았다. 밥에는 간장과 참기름으로 가볍게 간을 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통에 담으니 제법 모양도 예쁘다.
달걀말이에는 치즈를 듬뿍 넣었다. 부드러운 달걀과 고소한 치즈가 어우러져 별다른 양념 없이도 맛있을 것 같다.
후식으로는 사과를 준비했다. 아삭하고 달콤한 사과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작은 통에 담았다. 점심을 먹고 입가심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춧가루도 넣지 않고, 맵고 짠 반찬도 피했다. 오늘은 맛을 강하게 내는 것보다 딸아이가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만드는 데 마음을 썼다.
도시락을 준비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아이가 무엇을 잘 먹는지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무엇을 먹으면 속이 편할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다 컸다고 생각했던 딸이지만, 아빠에게는 여전히 밥 잘 먹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걱정되는 아이다.
도시락 하나로 딸아이의 스트레스를 없애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점심시간만큼은 잠시 일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식사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이 때로는 번거롭기도 하지만, 이렇게 딸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해 주면 오히려 고맙다.
아직은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 도시락에 담은 것은 양배추와 밥, 달걀과 치즈, 사과만이 아니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빠의 마음도 함께 담았다.
딸아, 오늘도 너무 애쓰지 말고, 밥 잘 챙겨 먹어라.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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