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싸는 도시락, 도서관에서 먹는 저녁 한 끼
요즘은 도시락을 두 끼 싸 온다.
점심 한 번, 그리고 저녁 한 번.
오늘도 늘 그렇듯 도시락을 챙겨 왔는데
저녁을 먹다가 문득 사진을 한 장 찍어봤다.
화려하지는 않다.
잡곡밥에 너비아니, 김치, 김.
단백질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 계란 두 개를 챙겼고,
후식으로는 배를 조금 썰어 왔다.
딱 보면 정말 소박한 한 끼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밥이 좋다.
점심을 먹고 책을 읽고,
조금 걷기도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된다.
예전 같으면 집에 가서 먹었을 텐데
요즘은 도시락을 하나 더 챙겨 와
도서관에서 저녁까지 해결한다.
오늘 저녁 도시락
- 잡곡밥
- 너비아니
- 삶은 계란
- 김
- 김치
- 후식 배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먹을 양을 내가 정하고,
먹고 싶은 반찬을 조금씩 챙겨 와
조용한 도서관에서 저녁을 먹는 시간이 생각보다 괜찮다.
누가 차려주는 밥도 아니고
비싼 음식도 아니다.
그냥 아침에 내가 나를 생각하면서
도시락 두 개를 준비한 것이다.
점심 한 끼, 저녁 한 끼.
젊을 때는 바쁘다는 이유로
한 끼를 대충 넘기는 날도 많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이런 작은 식사가 하루를 정리해주는 느낌이 든다.
도서관이라는 공간도 그렇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잠깐 밖에 나가 걸었다가
다시 돌아와 저녁 도시락을 먹는다.
그러고 나면 하루를 꽤 잘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주 특별한 일이 없어도 괜찮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내가 준비한 밥을 먹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
어쩌면 내가 바라던 인생 후반의 모습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소박하게,
내가 나에게 도시락을 쌌다.
그리고 도서관 한쪽에서
천천히 저녁을 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