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딸에게 싸는 도시락, 속이 불편한 날에는 조금 더 부드럽게
오늘 도시락은 평소와 조금 다르게 준비했다.
딸이 요즘 위가 좋지 않다고 해서
무엇을 넣을까 생각하다가 먼저 따뜻한 죽을 끓였다.
아플 때는 거창한 음식보다
부담 없이 한 숟가락씩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더 낫다.
그래서 오늘은 많이 담기보다
조금씩,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준비했다.
오늘의 도시락
- 따뜻하게 끓인 죽
- 숙주나물
- 망고샐러드
- 돼지고기 양파볶음
죽은 보온통에 따뜻하게 담았다.
입맛이 없더라도 몇 숟가락이라도 편하게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숙주나물은 간을 세게 하지 않고 담백하게 준비했다.
아삭한 식감이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아 죽과도 잘 어울린다.
샐러드는 채소 위에 잘 익은 망고를 큼직하게 올렸다.
초록색 채소 사이에 노란 망고를 올려놓으니 도시락이 한결 밝아졌다.
그리고 조금 든든하게 먹을 수 있도록
돼지고기와 양파를 함께 볶았다.
양파가 익으면서 단맛이 나서 고기와 잘 어울린다.
평소 같으면 이것저것 더 챙겼겠지만
오늘은 오히려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시락을 싸면서
자식이 어릴 때는
잘 먹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많이 챙겼다.
그런데 다 큰 딸에게 도시락을 준비하는 지금은
마음이 조금 달라진다.
“많이 먹어라”보다는
“조금이라도 편하게 먹어라.”
그 마음이 더 크다.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
아픈 것을 대신해줄 수도 없고,
바쁜 하루를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그래도 아침에 음식을 만들고
도시락 한 통을 챙겨주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부엌에 서서
죽을 끓이고, 반찬을 조금씩 담았다.
도시락을 싸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마음은 생각보다 크다.
오늘 도시락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죽도, 망고도, 돼지고기도 아니다.
“오늘은 좀 괜찮았으면 좋겠다.”
아마 그 마음일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
아빠가 딸에게 도시락을 쌌다.
